[Family건강] `고혈압 환자여, 의사 처방대로 약 좀 드세요` [중앙일보]


고혈압엔 '치료'보다는 '싸운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약을 복용해 완치하기보다 평생 관리하며 제압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

지금 전 세계에선 20~30%에 이르는 사람들이 고혈압과 '전쟁' 중이다. 심장질환.뇌졸중 등 각종 합병증 때문에 생명의 손실은

물론 막대한 예산 낭비로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 15~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17차 유럽고혈압학회에선 언론

의 역할을 강조한 미디어 워크숍이 열렸다.

슬로건으로 내건 '고혈압과의 전쟁(Fighting high blood pressure)'에서 인류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얼마나 심각한가=전 세계 고혈압 인구는 성인의 25%에 해당하는 15억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고혈압학회.아시아고혈압연맹 등 12개 유관 학회가 참여한 '보건정책 보고'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25년엔 15억6천만 명으로 늘어난다는 사실. 특히 보고서는 중국.브라질.인도 등 서구화가 진행 중인 국가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고혈압 환자는 성인의 75%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컨대 중국은 고혈압 환자 유병률이 1979년 인구의 14%에서, 2001년엔 27%로 증가하고, 일본은 45~56세의 경우 남성 55.8%,

여성 49.4%의 유병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혈압은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 동력을 마비시키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

(우리나라는 30세 이상 성인에서 남자 30.2%, 여성 25.6%).

◆낮은 복용률 극복하기=고혈압 극복의 첫 단추는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 그러나 고혈압이 진행되고 있다면 무엇보다 성실한

약물 복용이 전제돼야 한다.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에선 고혈압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집중 거론됐다. 순응도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 그러나

환자의 50%가 치료 시작 6개월이 지나면 약을 먹지 않고, 1년이 지나면 70%가 중도하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 로잔대병원

미첼 버니어 교수(고혈압.신장내과)는 "이 같은 낮은 약물 순응도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사망하는 심혈관계 질환자가

12만5000명을 넘어서고, 생산성 저하 및 건강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은 매년 1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130/80 이하 혈압 유지를=일반적인 고혈압 기준은 140/90㎜Hg. 하지만 학회에선 이 기준보다 혈압을 더 끌어내릴 것을 권유했다. 학회를 참관한 강남성모병원 백상홍 교수(심장내과)는 "뇌졸중.심근경색등 동맥경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경우 콩팥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130/80 이하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는 치료지침서가 발표됐다"고 말했다.

혈압을 내리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50%, 심장마비 25%, 심부전증도 50%나 줄인다. 고혈압의 위험성 경고에도 목표 혈압을 유지하는 환자는 의외로 적다.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도 54% 수준.

미국 위스콘신대병원 리차드 로버츠 교수(가정의학)는 "확장기 혈압 1%를 내리면 매년 1500명의 심장질환자를 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도 고혈압 치료 환자의 25%만이 130/80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무기의 등장=현재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는 고혈압 약은 이뇨제.베타차단제.칼슘채널 차단제.ACE 억제제.ARB 등 다양하다. 요즘엔 두세 가지 약물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추세.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것. 칼슘채널 차단제(암로디핀 베실레이트)와 앤지오텐신Ⅱ수용체 저해제(발사탄)를 함께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예 이 두 성분을 결합한 약(엑스포지)도 소개됐다.

이번 학회에서 눈길을 끈 약은 라실레즈.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일으키는 효소(레닌)를 근본적으로 차단해 혈압을 제어한다. 백 교수는 "24시간 지속성이 있어 아침 고혈압이나 난치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밀라노=고종관 기자

혈압약 제 시간에 먹으려면

① 약 먹어야 할 시간에 시계 또는 휴대폰의 알람을 맞춰놓자

(양치질 후 약을 먹는 등 특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②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자

(딸이 아빠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배우자는 집안 곳곳에 '약을 먹었나요?' 라는 글을 써놓는다)

③ 자신의 느낌에 의존해 복약을 중단하지 않는다

(혈압은 측정하기 전엔 증상이 없어 기분이나 느낌으론 알 수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