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는 처음 투자하는데, 수익률 좋은 해외 펀드가 어떤 거예요?”
“국내 펀드 수익률이 너무 안 좋은데, 해외 펀드로 갈아탈까요?”
“친구가 해외 펀드로 돈 좀 벌었다던데, 어떤 펀드가 좋아요?”

증권사 영업 현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질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04퍼센트에 그쳤으나, 해외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3.02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익률의 대조를 보더라도, 해외 펀드에 열광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2007년도에도 글로벌 증시의 전망은 밝아, 해외 펀드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게다가 1월 15일 발표된 ‘해외 펀드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대책은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불타는 해외 펀드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겨우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펀드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지만, 해외 펀드, 부동산 리츠, 재간접 펀드 등 간접 투자상품의 계좌가 천만 계좌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 펀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금융상품이 되어 버렸다.

해외 펀드 종류도 북미, 일본, EU 등 경제 선진국에서 최근에는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신흥 경제 4국을 나타냄), 베트남, 남미, 남아공, 인도네시아, 동유럽 등 세계 곳곳의 실물자산(부동산, 원자재)과 금융자산 등에 투자되고 있다. 더구나 차세대 브릭스로, 용어도 생소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E7(브릭스 4개국+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IBSA(인도, 브라질, 남아공), 브릭스(VRICs ;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브리크스(BRICKS ; 브릭스+카자흐스탄, 남아공), 비스타(VISTA ;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아르헨티나)….

하지만 해외 펀드는 국내 펀드에 비해 절차와 투자 판단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국내 직접투자나 주식형 펀드는, 언제든지 시황 등을 확인하고 전문가를 통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조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해외 펀드는 투자 국가의 인종과 문화의 특성, 정치, 경제, 종교, 인구 구조와 시장 시스템, 환율, 투자국의 개별적인 위험 요인 등 점검해야 할 변수가 매우 많다.

근래 해외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는 언론과 주위의 말만 듣고 해외 펀드의 큰 변동성과 위험을 무시한 채 충동적으로 해외 펀드에 가입하거나, 국내 펀드의 낮은 수익률에 대한 보상 심리로 펀드를 갈아타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펀드 투자를 재무 설계 바탕 위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재테크(재무 목표 없이 단순히 돈을 불리려는 투자) 차원에서의 단기적인 투자인 셈이다. 재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익의 극대화보다는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 분산이다. 재무 목표에 맞게, 시장의 평균수익률을 낼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인덱스펀드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시장수익률을 초과 달성하는 보조적인 포트폴리오로서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펀드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 성향에 따라 중심 포트폴리오와 보조 포트폴리오 비율을 조정해야 하고, 안정 성향일수록 중심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공격적인 성향일수록 보조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크게 해야 한다. 점검해야 할 변수가 많은 해외 펀드는 보조 포트폴리오로 구분하는 것이 정설이어서 반드시 분산투자 해야 한다.



1월 15일 해외 펀드의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대책이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역내 펀드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3년간 비과세 혜택을 1/4분기(3월 중 예상)부터 부여하기로 했지만, 역외 펀드에 대해서는 과세 방침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국내에서 만든 역내 펀드와,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에 들여온 역외 펀드가 있다. 역내 펀드는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로, 국내에 설립된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고, 국내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해 ‘해외 투자 펀드’라고도 한다. 국내 수익 증권과 구조와 투자 방식이 같으며 투자 대상이 해외라는 점에서 국내 펀드와 구별된다. 적립식 투자는 세금 우대 지정이 가능하고 펀드 자체적으로 환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들이 직접 환 헤지를 할 필요도 없으며, 환 헤지 여부에 따라 역외 펀드와 구별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역내 펀드(해외 투자형)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이미 가입된 펀드를 포함하여 새로 가입하는 펀드는 15.4퍼센트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역내 펀드로는 신한 BNP봉주르 차이나 펀드, 슈로더 브릭스 펀드, 산은차이나 재간접 펀드, 대한 파워엔진 브릭스 해외재간접 펀드, 미래에셋 차이나 디스커버리 펀드가 있다.)

역외 펀드는 해외 투자운용 회사가 해외에서 운용하는 펀드로,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외에서 설정된 펀드를 국내에서 떼어다 파는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역외 펀드는 펀드 내 환 헤지가 불가능해 투자자의 비용으로 환 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다는 점에서 역내 펀드와 다르다. 이번 해외 펀드 양도차익 비과세 발표에서 ‘역외 펀드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발표해, 기존 역외 펀드 투자자나 역외 펀드 운용사들은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로 역외 펀드 가입자들의 심기가 편치 않다. 역내 펀드는 대책 발표 이전에 가입한 해외 펀드의 이익금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역외 펀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역내 펀드로 갈아탈까?’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갈아타려는 이유가 단지 면세 혜택 때문이라면 말리고 싶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국내 운용사의 해외 시장에 대한 연구와 운용 능력은 해외 운용사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역외 펀드는 과세라는 핸디캡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의 재테크를 돌아봤을 때, 수익률에서 단연 으뜸은 부동산도 주식도 아닌 해외 펀드였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의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북핵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의 활황에서 철저히 소외된 한 해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인 1.04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33.02퍼센트라는 수익률은 해외펀드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불러오고 있는데, 해외 펀드 투자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점검해 보자.

계속되는 환율 하락으로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해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통장에 찍힌 수익과 실제 입금되는 수익 사이에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각종 수수료, 세금, 환매 제도, 투자되는 통화 가치의 등락에 따라, 내 손에 쥐어지는 실제 수익은 평가 금액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는 대부분 국내의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 통화로 바꾸지 않고 원화로 투자하게 된다. 환매 시점에서 수익이 15퍼센트 났다면, 환매 수수료와 세금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확정 수익은 15퍼센트가 된다.

하지만 해외 펀드는 투자 자산이 해외에 있는 주식이나 채권이므로 원화로 투자할 수 없어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투자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생긴다. 투자하는 시점의 환율과 환매 때의 환율 차이에 따라 펀드 자체 수익률과는 별도로 알파의 수익이나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역내 펀드는 펀드 자체적으로 환 헤지가 되지만, 역외 펀드는 투자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환 헤지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환 헤지 비용은 투자 원금의 0.5퍼센트 정도가 일반적이며, 투자 원금에 대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예를 들어 역외 펀드에 환 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할 경우를 살펴보자. 1000만 원을 투자하고, 투자 때의 환율은 1000원, 1년 환매 시점의 환율은 900원이고 펀드 수익률은 20퍼센트였다면, 펀드 전체 수익률은 세금을 제하고 5.2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20퍼센트 수익률인 200만 원에서 먼저 15.4퍼센트를 세금 공제한 뒤의 금액은 1169만 2000원(원금 1000만 원 + 세후 수익 금액 169만 2000원)이다.
이제 문제인 환차손을 계산해야 한다. 환차손 계산은 수익금이 아닌 1169만 2000원(투자 원금 + 세후 수익금)에 대해서 계산한다. 환 손실률이 -10퍼센트, 실제 수익 금액은 52만 2800원으로, 5.23퍼센트가 실제 수익이 된다.

위와 같은 조건이었을 때, 세전 수익률이 10퍼센트이면 실제 수익률은 -2.39퍼센트가 되고, 세전 수익률이 30퍼센트이면 실제 수익률은 12.84퍼센트가 된다. 반면, 환매 시점에서 환율이 1100원으로 10퍼센트 상승했다면 10퍼센트라는 보너스 수익이 생기기도 한다. “환 헤지를 하는 것이 좋다, 안 좋다”고 단정 지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므로 전문가의 환율 전망을 참고해 결정해야 한다.

역외 펀드(해외 뮤추얼 펀드)는 판매 보수, 선취 수수료, 환 헤지 비용(선택)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평균 주식형 펀드보다 1퍼센트 포인트 이상이 높다. 또,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으로 생긴 수익에 대해 비과세(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식 매매 차익을 제외한 배당금과 이자만을 대상으로 과표를 산정함)이나, 역외 펀드는 15.4퍼센트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을 투자한 경우, 연간 10퍼센트의 수익을 냈다면 수익은 200만 원이다. 이 수익에서 펀드 수수료(3.5퍼센트) 77만 원, 수익금에 대한 세금(15.4퍼센트) 30만 8000원을 공제하고 남은 순수익은 92만 2000원으로, 수익률은 4.61퍼센트에 그친다. 특히 역외 해외 펀드는 수익 전체가 과표기준 가격이 되기 때문에, 수익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국내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금리, 환율 등의 거시경제지표와 시장 전망을 통해 가장 적합한 투자 대상과 투자 방식을 선택한다. 해외 펀드 투자 때에도 반드시 이러한 분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일반 투자자가 해외 시장을 분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펀드 운용사, 증권사, 경제연구소 등에서 제공하는 해외 주식 동향 등을 점검하고 나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다음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계약 기간 이전에 환매했을 때 부과하는 중도 환매 수수료의 기준이 되는 기간은 국내 펀드는 90일, 해외 펀드는 180일 정도로,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보다 길다. 국내 펀드는 3시 이전에 환매 신청을 하면 그날의 마감지수로, 3시 이후 환매 신청을 하면 그다음 날의 마감지수로 계산해, 환매 사흘 뒤에 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시황에 대한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해외 펀드는 환매를 신청하고서 7~9 영업일이 지나야 환매 대금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단기적인 시황의 급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자금 사용 계획을 꼼꼼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2007년 세계 경제는 미국 등 주요 경제 대국들의 경제 성장세가 4퍼센트대 중반의 안정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경기를 전망하는 OECD 경기선생지수가 최근 상승세로 전환되고 미국 주택 경기의 둔화세도 점차 완화되고 있어, 경기 둔화세가 상반기까지 진행되다가 2007년 중반부터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6년보다는 조금 낮은 성장률이지만, 브릭스 등 신흥 시장이 세계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신흥 시장의 고성장이 펀드 시장에도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월 12일 기준으로 해외 펀드의 투자처는 중국 45.2퍼센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15.4퍼센트, 인도 8.7퍼센트, 친디아(중국과 인도) 6.3퍼센트로, 아시아권 신흥 시장에 75퍼센트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폭발적인 경제성장률 때문에 기업들이, 이익 증가와 주가 상승에 따르는 높은 펀드수익률과, 역내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계로 아시아지역을 위주로 상품을 설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과 국가에 펀드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증시 조정이 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나는 해외 펀드를 상담할 때마다 엘리베이터와 펀드를 비교하여 설명한다. 포트폴리오와 해외 펀드 내에서의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첫번째 엘리베이터를 지탱하는 안전줄은 한 개, 두번째 엘리베이터는 세 개. 어떤 엘리베이터가 더 안전할까? 당연히 두번째 엘리베이터다. 해외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올인 투자’보다는, 펀드 내에서도 분산 투자를 함으로써 유동성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수익률 변동폭이 큰 신흥 시장과 선진국에 적절히 분산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돈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려면 돈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분산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국가의 펀드에 ‘올인’했을 때, 주가 등락에 따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행복해지려고 투자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안하고 초조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글 김종석
출처 : [머니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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