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편지

-- 이해인--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 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어느 날 네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속에 길게 누어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되어 흐를까

녹지 않는 꿈들일랑 얼음으로 남기고

누워서도 잠 못 드는

하얀 침묵으로 깨어 있을까....

 

이해인 수녀님의 첫눈편지 중에서...

2005년12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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