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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현재 국내외 주식형 펀드를 총괄한 주식형 펀드 계좌 수는 1707만4934개.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전체 가구 수 1642만가구를 넘어선 이후에도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1가구 1펀드 시대를 넘어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1가구 멀티펀드’ 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는 셈이다.

펀드투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높아진 펀드에 대한 관심은 요즘 들어 부쩍 더 높아졌다. 계속해서 이어진 수익률 행진에 익숙해져 있던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평촌지점 차장은 “평소 펀드 수익률을 잊고 지내던 고객들도 요즘 수익률을 자주 챙기기 시작했다”며 “펀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케이스 1. 수익 난 펀드, 어떻게 할까?

지수 1600 버텼다면 환매 필요 없다

1년 이상 적립식 형태로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거치식투자자라도, 지난해 하반기 이전에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10%대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관건은 이렇게 현재 수익이 났던 펀드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실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펀드를 환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답변은 명확하다. 지수가 2000에서 1600선까지 떨어지는 동안 환매하지 않고 기다린 상황에서, 굳이 지금 나서 환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펀드투자는 결국 장기적인 가능성에 대한 투자”라며 “이익이 난 펀드라고 해도 고점 대비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이 지나치게 많이 빠지고, 지수가 중장기적인 저점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서 환매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대폭 늘린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 역시 같은 논리다. 가치투자를 운용 테마로 하는 밸류자산운용은 최근 지수 하락으로 중장기적인 투자 메리트가 커진 종목이 많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을 부쩍 높였다. 이 전무는 “지수가 하락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들의 밸류에에이션 매력이 생겼다는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케이스 2. 손해 난 펀드, 어떻게 할까?

손절매보다 중장기 분할매수 지속

적립식 펀드 투자자가 아닌, 거치식 펀드 투자자의 경우 손실이 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펀드투자 열풍에 동참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선 상태.

이런 투자자들일수록 펀드투자 초보자가 많아 이번 수익률 하락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동균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묻지마 펀드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동요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 환매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문 편”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손해가 난 펀드일수록 현재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초기 적립식 펀드에 나섰던 초심을 되새겨 ‘장기투자’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충고. 또 펀드 손절매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손절매는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사실 손절매는 단기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개념이지만 펀드 투자자에게는 적절치 못한 전략이다. 펀드 투자자는 성격상 6개월 이상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경기 동양투신 주식운용 본부장은 현재 손실 폭이 커진 국내 주식형 펀드 대응 전략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약세장에서도 한두 번쯤은 랠리가 나타난다. 이번 하락장은 펀드 손절매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 적립식 펀드의 장기투자의 힘을 믿고 계속 들고 가야 한다. 반대로 거치식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미국 상황이 안 좋다지만 국내는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 조금 더 참고 기다리는 게 좋다. 특히 해외 시장보다 국내 환경이 두 단계는 더 좋아 보이기 때문에 환매에 나선다면 해외 펀드를 먼저 환매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펀드 손절매와는 반대 개념인 펀드 물타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박경일 차장은 “지수 1600 초반으로 다시 하락한다면 충분히 펀드 물타기를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지수 1600선은 중장기적인 저점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 박 차장은 “지수 1600선에서 펀드 손절매보다는 펀드 물타기가 훨씬 더 가능성 높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6개월 단위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펀드 물타기와 같은 무리한 결정은 좋지 않아 보인다.

박 차장은 “어려울수록 무리수를 둘 게 아니라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분할매수는 좋지만 펀드 ‘올인’은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케이스 3. 펀드 갈아타기, 어떻게 할까?

운용사 대표펀드, 가치주 펀드에 주목

주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이번 기회에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을 계획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운용 스타일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펀드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종규 대표는 “운용사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면 국내 주식형 펀드 내에서의 갈아타기는 불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 간의 투자 비중 조정, 또 해외 펀드 내에서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고려 대상이겠지만 국내 펀드 내에서는 굳이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바꿀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같은 유형의 펀드 내에서 경쟁 펀드와의 수익률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진 펀드라면 환매 후 새로운 펀드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펀드는 가능한 운용사의 대표 펀드가 좋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순자산 금액이 큰 대표 펀드 운용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운용사 대표 펀드가 수익률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

실제 같은 운용사라고 해도 1위 펀드와 꼴찌 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연간 기준 최소 20%에서 최대 60%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년 수익률만 봐도 삼성투신운용 삼성배당중장기주식종류형은 6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삼성우량주장기펀드는 22%의 수익률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스커버리펀드 역시 62% 수익률을 냈지만 미래에셋 3억만들기배당주식펀드의 수익률은 17.6%밖에는 되지 않았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는 “최근 들어 운용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표 펀드 수익률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펀드를 갈아탄다면 이런 흐름을 반영해 각 운용사의 대표 펀드로 옮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다소 성격을 달리해 올해는 가치주(저PER, 저PBR) 투자를 콘셉트로 한 가치주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선진국 펀드 수익률 흐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큰 폭의 상승장 후에는 어김없이 가치주의 상승 행진이 이어졌다.

김준연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해 지수가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로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가치주들은 주가 상승폭이 작았다. 올해는 시장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치주의 투자 메리트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2000년 IT 버블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전통 가치주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 정광재 기자 / 김경민 기자 / 김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44호(08.02.2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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