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워지는 가을이 저 앞에서 손짓하고 있다.

  추석 연휴, 티비에서는 분명히 이런 장면을 보여주겠지.

  지뢰를 밟은 난감한 표정의 한국군과 잠시 후 예기치 않게 만난 두 명의 북한군.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발을 떼겠다. 한 발만 더 다가오면...."
  잠시후, 돌아서는 북한군을 향한 임수혁 병장의 절규.

  "ㅇㅇㅇ들아, 그냥 가면 어떡해!"
  "니가 가랬잖어?"
  "가까이 오지 말랬지, 언제 가라구 그랬어, 이 ㅇㅇㅇ야......"

  "살려주세요....."


  쉬리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완벽하게 보여줬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밤, 갈대밭에서 만난 남북의 젊은이들은 그 일을 계기로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우정을 나눴고 수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따뜻해지나 보다.

  무언가를 서로 나누고 과거를 반추하며 책장을 넘기고 지난 일기장을 뒤적이며

  추억 찾기에 빠지는 계절. 눈앞에 펼쳐진 갈대밭을 바라보며 CF의 한 장면처럼 따뜻한 커피

  한잔을 입안에 머금고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가지기 가장 좋은 장소는

  바로 JSA의 갈대밭 장면을 촬영했던 신성리 갈대밭이 아닐까.

  해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좋은 소리를 내는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한적한 가을의 산책을 즐기고는 한다.

  신성리 갈대밭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갈대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웅장함. 약 7만평에 이르는 넓은 땅이 사람 키보다 큰 갈대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갈대밭 전체를 돌아볼 수는 없고, 이 땅의 2~3% 정도만을 직접 걸어볼 수 없다는 것은 

  기억해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은 환경보전을 위해 출입이 금지되지만, 다행히 수월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갈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이런 작은 불편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느낌이다.

  신성리 갈대밭은 다른 곳과는 달리 쓰레기나 땅바닥을 뒹구는 비닐뭉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으며 금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곳이기에 더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강한 바닷바람이 갈대밭을 스치면 갈대가 부딪히는 소리가 추억을 파고든다. 갈대밭 바닥은

  마른 갯벌이라 발을 딛는 느낌이 폭신하고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름 모를 새들과 바닥을

  기어다니는 게들을 만날 수 있다.

  산책과 사색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저만큼 지나가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갈대밭은 갈대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가을을 반추하기 위해

  갈대밭으로 향했겠지만 잡상인과 사람들로 지치게 된다면 곤란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늘공원 갈대축제는 갈대보다는 사람구경하고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할 정도니...

  그림 같은 사색을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멀리 나갈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추억할 수 있으려면 몸도 세상에서 멀리 떠나야 하는 법이니까.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이용시
  1. 열차편 :서울(장항선)->서천
  2. 버스편 :서울남부터미널->서천
                 대전,천안,공주,부여,대천,군산->서천
  3.현지교통 : 서천에서 한산까지 직행버스가 매시 운행
     ->한산에서 신성리까지 택시이용. 또는 신성리까지 하루 4회 운행하는 시내버스 이용

  자가이용시 (3시간여 소요)
  1. 서해안고속도로->서천 ic->섬거리에서좌회전,또는직진후서천시내방향으로진입->오거리

     ->부여/강경방향의29번국도->금강하구언입구->한산방향->한산모시관->한산시내초입

     ->sk주유소->사거리->우회전->신성리->갈대밭

  2. 호남고속도로->논산ic->연무->강경->정송->임천->29번국도->한산->한산시내초입의

      사거리->좌회전->신성리 갈대밭

  3.부여->29번국도->장암->임천->원산->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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